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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회 이인성미술상 수상자전 ‘이명미: 더 이상은 말할 수 없다’ 개최

배금숙 기자 입력 2026.11.02 14:28 수정 0000.00.00 00:00

1970년대 미공개 초기작 공개, ‘놀이’ 주제 근작까지 50년 화업 조망

↑↑ 전시포스터
[백성의소리=배금숙기자] 대구미술관은 11월 3일부터 내년 2월 14일(일)까지 2·3전시실과 선큰가든에서 제26회 이인성미술상 수상자전 ‘이명미: 더 이상은 말할 수 없다’를 개최한다.

이인성미술상은 한국 근대미술을 대표하는 대구 출신 화가 이인성(1912~1950)의 예술 정신을 기리기 위해 1999년에 제정됐으며, 매년 한 명의 작가를 선정해 이듬해 개인전을 연다.

20여 년간 이어져 온 이인성미술상은 다양한 장르가 혼재하는 현대미술의 흐름 속에서 회화를 중심으로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펼쳐 온 작가에 주목한다.

이명미(1950년생)는 2025년 제26회 수상자로 선정됐다.

심사위원회는 ‘1974년 대구현대미술제 창립에 여성 작가로 참여해 일찍이 도전적이고 참신한 상상력과 발랄한 색채 감각으로 개성적인 회화 세계를 구축했으며, 예술성과 실험성을 함께 갖춘 작가로서 동시대성을 획득해 왔다’고 평가했다.

이번 전시는 197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50여 년에 걸친 이명미의 화업을 폭넓게 아우른다.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았던 초기 작업을 비롯해 회화와 오브제 작업, 아카이브 자료 등을 선보이며, 작품 너머에 놓인 작가의 실험과 기억, 삶의 흔적을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관람객은 ‘이제부터가 전성기’라고 말하는, 여전히 도전적인 ‘젊은’ 화가 이명미의 다양한 면모를 만날 수 있다.

전시 제목 ‘더 이상은 말할 수 없다’는 그의 작품 제목에서 따왔으며, 언어로 다 설명되지 않는 수많은 관계의 세계를 보여 주는 이명미의 작업을 함축한다.

이는 침묵이 아니라, 진정한 소통을 위해 모든 것을 열어 두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이명미의 초기 작업은 1970년대 전위미술의 흐름 속에서 기존 회화의 관습을 벗어나 ‘표현하지 않는 그림’을 실천했다.

초기 연작의 제목인 ‘연기(緣起)’는 만물이 생겨나는 원리를 설명하는 불교 철학의 개념으로, 모든 것은 조건에 기대어 일어나며 존재는 완결되지 않은 채 상황과 함께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작가는 이 개념을 물질을 통해 실험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물질 사이의 물리적·화학적 변화 양상을 보여 주는 ‘연기(緣起)의 역(閾)’(1974), 햇빛의 작용을 시각화한 실험 작업 ‘태양력’(1975) 등을 선보인다.

197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놀이’ 연작은 개인과 일상, 나아가 세계를 바라보는 작가의 태도를 반영한다.

시각적 기호들의 상호 관계를 보여 주는 ‘놀이’ 작업은 우리가 당연하다고 믿어 온 삶과 일상을 재발견하게 하고, 세계의 질서를 낯선 방식으로 다시 탐색하게 한다. 따뜻하고 서정적이며 유쾌한 정서를 전하는 그의 작업은 대중에게 꾸준히 사랑받아 왔다.

일상 속 사소한 사물부터 삶을 이루는 기쁨과 슬픔, 고통까지 삶의 의미를 나누는 그만의 방식은 작가의 표현에서 끝나지 않고, 관람객의 해석과 참여를 이끌어 내는 열린 소통으로 이어진다.

전시는 4개 섹션으로 구성되며, 1~3섹션은 연대순으로 작가의 발자취를 따라간다. 첫 번째 섹션 ‘표현하지 않는 그림: 연기에서 놀이로’에서는 초기 작품을, 두 번째 섹션 ‘삶의 놀이: 여자·남자·아이’에서는 관계에 의해 벌어지는 삶의 서사를 담는다.

세 번째 섹션 ‘춤추는 글자, 노래하는 그림’에서는 ‘마주치는 눈빛이’(2014)처럼 대중가요의 제목이나 가사를 빌려 언어와 시각 기호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작품 세계가 펼쳐지고, 네 번째 섹션 ‘경계의 세계: 놀이/터’에서는 말이나 표현으로 다할 수 없는 것들의 의미를 되새기며 관람객과 소통한다.

아울러 1970년대 전위미술 운동에 뛰어든 시기부터 이어진 작가의 50년 활동을 아카이브로 함께 선보인다. 언니 이향미와 함께한 1987년 뉴욕 2인전, 화가 최욱경과 나눈 우정, 디자이너 박동준과의 협업 등 작가가 동료들과 맺어 온 관계를 통해 작품 세계 전체를 조망할 수 있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선큰가든에서는 BTS의 동명 노래에서 영감을 받은 ‘태양 속으로(Into the Sun)’(2026)를 비롯해 대작 14점과 소품 200여 점을 선보인다. 멀리서 또 가까이서 바라본 일상의 서사를 작품으로 구성해 관람객의 공감을 이끌 예정이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그간 실험해 온 수많은 시각 기호 사이에서 ‘말할 수 없는’ 것들이 무궁한 가능성으로 펼쳐진다.

일상 사이에 놓인 관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이명미의 화면처럼 우리가 무심히 지나쳐 온 세계에 숨은 또 다른 이야기들과 만나는 자유로운 ‘놀이’의 ‘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개막식은 11월 2일 오후 6시에 열리며, 12월에는 ‘이명미 작가와의 만남’ 등 전시 연계 프로그램을 통해 관람객이 작가를 직접 만날 수 있는 자리도 마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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